로맨스 무협 신간|
영혼전
제1권_엇갈린 운명 편
서화 · 출간일 2011.05.20 · ISBN 978-89-97022-02-1
· 대하 로맨스무협판타지 · 디지털북 · 값4,600원
영혼들의 전쟁을 다룬 조선판 해리포터!
무협판타지와 반(反)무협판타지 요소가 혼재하는
이상, 야릇, 수상한 판타지
정통 무협판타지의 구조를 따르면서도
그것의 식상한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뉴웨이브 펑크 무협이자
한없이 가벼운 퓨전 키치 무협!
스스로 스러져가는 암흑 무협의 한가운데에 혜성처럼 나타난 건
무협 판타지 장르에 대한 사랑 때문이며
자신이 속한 계보의 편견을 비틀어 놓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영혼전>이 꾀한 바는 바로 지구인의 무협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이해와 폭넓은 독자층의 확보와 만족이다. 작가는 한정된 무협 애독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만족도 꾀하기 위해 이런 이상하고 알딸딸한 스타일의 작품을 쓴 것이 틀림없다.
주류 판타지들을 보면 아직도 유럽 배경이나 세계관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들이 많다. <영혼전>은 그러나, 조선시대의 문화적 배경과 현대, 그리고 영혼 세계라는 세 조합에 의해 구성된다. 그래서인지 지금보다 500년 쯤 뒤처진 조선시대인의 모습을 띤 영혼 세계의 인간들이 최첨단 테크놀로지 현재의 문명 인간들 사이에 나타남은 필연이다. 적대적 관계인 두 영혼 세계 인물들과 현대 인간들 사이에 벌어지는 낭만적 무협과 우스꽝스러운 촌극과 포복절도할 유머와 독설 등이 주마등처럼 화려하게 질주한다.
홍명희의 대하소설 <임꺽정>이나 조선시대 소설가 박지원의 단편집에서나 볼 듯한 매력적이고 개성적이고 감탄할 만한 인물들이 무더기로 등장하는데, 독특한 하급인생들의 등장은 작품에 깨소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작가는 일부러 이야기를 끌어가는 데 하등 중요하지 않는 요상한 조연급들을 불현듯 등장시키고, 독자는 별 관심 없다는데도 애써 소개시켜주는데, 이것이 오히려 이 소설을 읽는 묘한 매력을 주는 소품 가운데 하나이다. 이 조연급 인생들은 역시 별로 중요하지 않는 사소한 것들에 필사적으로 집착하는 이상하고 멍청한 성향을 보여 커다란 사건의 틀을 바꿔놓거나 갑자기 죽어버린다. 오히려 주요 인물들의 갈등이나 대립 상황보다는 이런 캐릭터를 만날 때의 재미가 더 쏠쏠함은 왜일까. <태백산맥>이나 <장길산> <임꺽정> 등의 대하소설 속 주변 인물들 결코 부럽지 않을, 인물들이 등장해 마당극처럼 한참 소란을 피우다 사라지는 모습들, 놓치지 말길 바란다. 작가는 또한 의식인지 무의식인지 가끔 채만식 등, 우리 근현대문학 작가들의 투박하지만 구수한 문체나 화술을 사용하고 있는데(특히 매우 중요한 사건의 순간에 일부러 너스레를 떨며 사건을 지연시키며 독자를 애타게 만드는), 비주류문학이 아닌 한국문학의 연구사적 시각에서도 이 작품을 들여다보면 분명 흥미로운 요소들을 발견하게 된다.
읽다가 킥킥킥, 웃음을 자아내게 하거나 욕, 구수한 사투리, 진지한 것들을 모두 날려버리는 키치적인 유머 외에, 우리네 전통문화로부터 빚어지고 파생한 너무나 독특하고 맛깔스럽고, 불고추장처럼 톡 쏘는 얼얼함이 느껴지는 소재들도 자주 등장한다. 잊혀질만한 우리 전통 의복이나 무기, 건물 또는 풍속사의 측면 등에서도 유익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데, 생활사 박물관에서나 만날 듯한 조선시대의 가옥, 실내 인테리어, 아기자기한 소품이나 기물, 문살, 궁중음식, 정원의 모습이나 배치 등, 작품의 미장센에도 작가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과거 문명의 인물들이 지금의 평범한 가정집에서처럼 현대문명 생활을 하는 시트콤 같은 설정은 배꼽을 자아낸다.
다음 문장처럼 문예창작학과 출신다운 유려하고 안정감 있는 문체는 이 소설의 품격을 높이는 기본적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름 한 점이 달을 가리며 유유히 떠갔다.
구름이 지나가고 검은 점들이 줄지어 따라가고 있었다. 얼핏 보면 새들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니 사람형태였다. 그들은 영의 모습으로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또한 영수궁 사람들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해 은형술(隱形術) 펼치고 있었다. 달빛과 조화를 이루는 그들이 서서히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위에 언급한 내용은 일반 독자들도 이 소설에 다가가는 데 전혀 거부감이 없음을 뒷받침하는 요소이다. 인터넷 소설이나 카페용 소설, 특히 무협 소설이라는 조그만 울타리에만 머물러 있었더라면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자칫 묻혀버릴 뻔했던 소설. 이렇게 특별한 개성과 장점을 지닌 소설을 우리가 되살리고 먼저 다가가 만나는 건, 독자로서 기쁨과 소통이며 부담 없이 비주류 문학을 즐기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구성(1권 엇갈린 운명)
태초엔 시공의 개념이 없었다. 무에서 부와 모 신은 말로써 광활한 우주를 창조해내고, 우주 중앙에 신궁(神宮)을 지어 살았다. 그리고 우주 곳곳에 수많은 행성들도 만들어냈다. 신은 수많은 신하와 군대를 창조해 자신을 보좌하고 행성들을 다스리게 했다. 그리고 신은 자녀들, 곧 선인들을 낳았다. 신과 선인들은 신궁에서 늙지도, 죽지도 않았고 슬픔도, 고통도 느끼지 못하며 오직 행복만을 꿈꾸며 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선인들도 자녀를 낳았다. 신은 그들을 어여삐 여겼으며 삼대(三代)는 신궁에서 살았다. 하지만 우주 끝자리 신에 불만을 품은 흑성의 흑사왕. 그는 부하들과 선인들의 자손들을 규합해 신에 대한 역모와 전쟁을 일으키고 결국 패배한다. 그리고 이들은 벌을 받는다. “너희들에게 삶의 고통과 시간, 늙음, 그리고 죽음이라는 벌을 내리노라. 너희들은 지구라는 별로 내려가 평생 거기서 살게 될 것이니라. 그리고 저주를 내리노라. 너희들은 내 자손들을 취하지 않은 한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반란을 꾀한 자녀들 또한 지구로 유배를 보내겠다. 너희들은 시간이 지나면 죽게 될 것이고 그러면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 것이니라. 너희들은 죽는 순간까지 흑사왕과 싸워야 할 것이니라. 하지만 너희 조모(祖母)의 간절한 부탁으로 육체를 줄 것이다. 이 육체 때문에 흑사왕 일행에게 일종의 보호막이 될 터이지만 지금보다 몸이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니라.” 역모를 꾀해 전쟁을 일으킨 자손들과 흑사왕과 부하들은 태초신에 의해 지구로 강제 추방된다.
그러나 신과 달리 우주 선인들은 추방된 후손들이 걱정 돼, 신 몰래 사람들을 지구에 파견해, 흑사왕과 마신들로부터 인간의 영을 보호하기 위해 지구의 이(異) 공간에 영수궁(靈需宮)을 짓는다. 인간들이 죽으면 그 영이 우주의 본디 장소인 신궁으로 무사히 옮겨갈 수 있게 해주는 영수궁. 영수궁의 존재들은 원래 보이지 않지만 인간의 몸을 입거나, 인간 세계에 눌러 사는 형태로 인간들과 수백 년간 함께 존재해온다. 500년 정도 뒤처진 문명의 모습으로 현재에 자주 출몰하여 인간이 죽으면 그 영이 무사히 하늘나라로 갈 수 있게 돕는 이들. 하지만 영수궁 내부의 난으로 말미암아, 신에 불만을 품고 지구에 오래전에 추방돼 영수궁에 제압되었던 흑사왕과 그의 부하들과 마신들이 다시 풀려난다. 흑사왕 무리는 인간들에게 일부러 재앙을 불러일으켜 죽게 해, 갓 죽은 인간들의 싱싱한 영을 취해 폭주하며 다시 무서운 세력을 키워간다. 그러나 인간을 지키고 이들과 전면전을 행해야 하는 영수궁 사람들은 오히려 권력과 모의, 다툼으로 존망의 기로에 서게 되고. 따라서 인간들의 영은 원래의 우주 신궁에 깃들지 못하고 마신들의 먹잇감이 되거나, 겨우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생을 마치는 상황.
●줄거리
영수궁의 한 분파인 매화각 유설린은 존친 살해와 역모의 누명을 뒤집어쓴 채 누명을 씌우려는 분파의 모반자들과 싸우다 사경을 헤맨다. 그녀는 자신을 먼발치서 지켜보며 짝사랑을 불태우던 풍신각 하지나의 도움으로 영수궁을 떠나야 하고, 마침내 영수궁이 가두어놓았던, 인간의 싱싱한 영을 취해 생존하는 흑사왕과 마신들이 풀려난다. 영수궁의 영혼들과 이들의 대전쟁이 시작되는 한편, 뇌검각 김연빈은 애인 유설린이 자신을 배반하고 하지나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했다고 여겨 그들을 지구 끝까지 추적하는데...
●차례
1.엇갈린 운명
2.핏빛 사랑
3.영원 같은 기다림
4.아늑한 기억
5.알아선 안 되는 것
●본문
“계란으로 아무리 때려도 바위는 부서지지 않아. 그래서 짐이 바위가 되려고 하는 거지. 바위는 바위로써 부셔야 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짐은 바람이 보고 싶구나. 태풍 같은 큰 바람을 말이다. 세상은 공평하지 못해. 때문에 짐이 공평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야.”
빌딩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거리란. 그의 마음처럼 복잡해 보였다. 차들이 어딜 그리 바쁘게 가는지 씽씽 달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양쪽에서 오고갔다. 그들에게도 소중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며 목숨을 다해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죽이고 싶을 정도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서로 좋아하고 미워하면서 세상을 그렇게 살아간다. 세상은 그 누구의 편도 아니다. 다만 묵묵히 그들을 지켜볼 뿐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랑 따위는 일생에 일부일 뿐이지,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자신은 왜 뭐가 아쉬워서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한단 말인가. 미련 없이 돌아서면 남남이 되는 건 한순간일 텐데. 자신의 마음조차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한심스러웠다. 그는 피리를 다시 불기 시작했다.
강다이가 먼저 나와 문을 활짝 열고 박수를 두 번 쳤다. “들어오너라.” 강다이의 말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총 열두 명. 모두 기생복을 차려입었다. 그녀들은 일월이부터 시작해 십이월. 전부였다. 그녀들은 각자 음식 하나씩 들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궁중음식으로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한 명은 화전을, 한 명은 화양적(華陽炙)을 한 명은 궁중 상화병과 절병을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신선로라고도 불리는 열구자탕(悅口子湯)을 들고 들어왔다. 다들 입이 쩍 벌어졌다. 궁중 진연에 온 듯. 황홀한 기분이었다. 이 많은 음식들을 다 언제 준비했단 말인가.
●서화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습니다. 2010년 대전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대전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장르문학소설들을 읽으며 소설가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간절히 바라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장르문학이 주류문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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