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뒹굴이가 소개할 본문은 진노벨의 <아담의 사과1>의 본문. 몸부림치는 사랑의 욕망과 금기, 근친 사랑, 수혜자에게서 나타나는 셀룰러 메모리 현상 등을 소재로 했는데. 드라마적인 요소가 다분한 작품.
#<아담의 사과> 드라마적 요소가 돋보이는 본문
한편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던 신우는 문소리에 입 꼬리를 올린 채 말했다.
“왔어요? 얼굴에 글씨 새겨진 거 발견했나요? 아, 노트에 써야 되지......”
신우는 노트에 손이 움직이려다 검은색 고급 수제화를 발견하고 동작을 멈춘다. 흰머리가 있으면서도 중후함이 느껴지는 남성. 그러면서도 큰 덩치와 매서운 눈매.
“......아버지.”
“지금... 수업 중 아닌가?”
“......별로 배울 것이 없어서요.”
“자만하다니 아직 멀었구나.”
“그러는 아버지가 왜 여기 있나요?”
“이사장이 허락 받고 들어와야 하니? 내일 도서관이 정식으로 열린다기에 그전에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러 왔다.”
“참으로 좋으신 분이에요. 이렇게 좋은 도서관을 학생들을 위해서 흔쾌히 지어주시다니. 아님, 이미지 관리이신가?”
“그래. 이런 건 여러모로 도움이 되거든.”
“아버진!...... 다 도구로 밖에 안 보시죠?”
“......”
“그렇게 다른 사람 이목에 신경 쓰지 마시고 어머니나 신경 쓰세요. 그저께 어머니 생일이었다는 거 뻔히 아셨을 텐데 전화 한 통이라도 해주시지 그러셨어요.”
“일 때문에 바빴다.”
“전화 한 통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셨다고요?”
“그래. 그리고 너희 엄마도 그 정도 각오하고 이 집에 들어온 거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렇게 어머니를 혼자 두신 거예요? 요 19년 동안? 편리하네요. 당신의 아이를 낳을 때도 혼자, 당신의 집에 들어와도 혼자.”
“아버지보고 당신이라니. 어디서 배운 말버릇이냐?”
“그렇다면 왜?! 한 번이라도...... 어머니를 제대로 쳐다보지 않으신가요? 당신을 사랑해서 죄인처럼 살아가는 어머니를 왜?!”
“......그건 네 쪽 아니냐?”
“...뭐라고요?”
“꼭 이쪽을 봐달라고 울며불며 떼쓰는 어린애 같구나.”
“......하하하.”
“......”
“......정말... 당해낼 수 없네요.”
“......이만 가보 마.”
“저는.”
“......?”
“저는, 당신의 무엇입니까?”
“......”
“아들입니까? 아님,”
“......”
“한이 형 대신입니까?”
“......바보 같은 질문이구나. 넌 한이가 될 수 없다.”
아버지의 대답에 신우는 일순 무너지고 만다. 아들이라고 기대까지는 안 해도 한이가 될 수 없다는 말에 위태롭게 쌓여진 벽이 힘없이 주저앉은 것 같다. 한이 형처럼 되기 위해 공부도 운동도 행동거지도 신경 쓰며 노력했던 신우였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악착같이 버텼는지 이제는 모든 것이 텅 빈 느낌이다. 신우는 탁하게 빛을 잃은 동공으로 아버지의 등을 바라본다.
“그러게요. 제가 죽을 걸 그랬어요.”
“......”
“내가...... 죽었어야 하는데. 어머니에게도 원치 않았던, 당신에게도 실수였던...... 내가......”
“......그런 말...... 다시는 내뱉지 말거라.”
아버지 앞에 클로이가 서 있는 모습이 신우의 눈에 들어오자 신우는 코웃음을 쳤다.
“걱정 마세요. 그 여자 못 들으니까. 아버지가 걱정하는 남들의 이목. 이 여자 앞에서는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우의 아버지는 클로이를 잠깐 바라보고는 도서관을 나섰다. 클로이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신우의 눈치를 봤고 신우는 아버지가 나가자 테이블에 걸터앉았다. 클로이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노트에 글을 써 내밀었다.
‘괜찮아?’
“하하. 정말 볼 수만 있다니까. 그것도 너무 잘 봐서 탈이네.”
‘괜찮다면 내가 이야기 들어 줄 수 있는데.’
“그런 것보다 위로 해줘요.”
‘응?’
‘위로 해줘요.’
‘그래- 어떻게 힘이 나게 해줄까?’
글씨를 쓰고 있던 클로이의 손을 신우의 큰손이 멈추게 하더니 이내 올려 묶은 클로이의 머리핀을 끌러버린다. 가느다랗고 긴 머리카락이 신우의 팔에 닿자 신우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클로이의 뒷머리와 허리를 잡고는 테이블에 눕혀 버렸다. 신우의 큰 몸에 덮침을 당하듯 클로이의 작은 몸은 감싸졌고 신우는 클로이의 새하얗고 가는 목에 맹수가 사냥을 하듯이 입을 맞추었다. 신우의 입이 클로이 목을 지나갔다는 사실을 드러내듯 빨갛게 자국이 남았고 더욱 원하듯이 거칠게 단추를 하나 둘 푸는 신우의 손은 순간 멈칫 거리고 만다. 신우의 머리를 토닥이는 클로이의 손. 우는 아이를 달래듯 상냥하게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클로이를 보며 신우는 그제야 클로이와 눈을 마주쳤다.
“뭐야...... 난 여자한테 이런 식으로 위로 안 받아요. 어린애 취급하지 마요. 어린애... 취급......”
신우는 점점 고개가 무거워지더니 클로이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마치 덩치 큰 아이처럼 클로이의 작은 몸에 매달리는 신우. 클로이는 그런 신우의 등을 쓰다듬어줬다. 작게 흐느끼는 신우를 몇 번이나 토닥거려주는 클로이.
'명대사 멍~장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동 보다 걸린 선생님 >.< (0) | 2012.02.22 |
---|---|
선생님-사랑을 할 때는 자신을 낮추면 안 돼요~ (0) | 2012.01.20 |
눈은 말똥! 말초신경은 확!! 열리는 자극적 소설 《언어전쟁》 (0) | 2012.01.04 |
파격적은 패션은 남자의 로망 "루돌프랜드" (0) | 2011.12.31 |
<그 해 여름 갑자기> 여름보다 뜨겁고 천국보다 황홀한 사랑 | 뒹굴이의 책 속 명대사 명장면 (0) | 2011.12.23 |